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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OVERSTORY] 그리움 아티스트 희망콘서트 조회수 71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2-01-11 12:00:32



[COVERSTORY] 그리움 아티스트 희망콘서트
Club BALCONY 매거진103호 (2022년 1~3월호) 中
글/이지영 클럽발코니 편집장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선우예권, 첼리스트 문태국,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2022년 1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 선다. <스타즈 온 스테이지>, <통영 페스티벌> 등의 축제에서 여러 아티스트들과 어우러져 한두 곡씩 연주한 적은 있지만 네 명만을 위한 듀오, 트리오 구성의 실내악 무대는 처음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게 하는 네 사람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가 후원하는 ‘그리움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방식은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재단은 음악가의 일상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실천해가고 있다. 2022년의 문을 여는 4인 아티스트 각자의 인터뷰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음악가를 음악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의 중요성을 체감해보자.



더 멀리, 더 높이, 더 오래 날아갈 수 있도록 돕는 손길
한국 출신의 뛰어난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활약상은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워낙 출중한 아티스트의 활동이 늘어나다 보니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관객층은 물론이고,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기업들의 활동도 조금씩 늘어났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후원해야 지속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지 잘 몰라서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리움 아티스트 상을 주관하는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는 SK그룹 공익 재단 중 한 곳으로 국내 최초의 인문학 지원 재단이다. 이 재단은 ‘인간 정신의 보편적 발전과 인격의 탁월함을 추구하는 성찰의 인문학을 확산, 심화시킨다’는 목적으로 2010년 설립되었다. 세상과 소통하는 ‘성찰의 인문학’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 분야도 이 프로젝트의 큰 관심 대상이다.
이 재단의 사업 목표는 인문학적 성찰이 대학이나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게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그리움 아티스트’ 수상자 선정 및 후원 활동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사업 목표이자 철학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움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재단이 설립된 이후 ‘그리움 아티스트’ 선정이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었다. 그 중심에 ‘그리움 홀’이 있다. 2010년 말 SK 케미칼 사옥이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전하면서 지하에 220석 규모의 다목적 연주 홀을 만들어 이름을 ‘그리움 홀’(G.rium Hall)이라 지었다. 그리움(G.rium)은 회사가 추구하는 친환경(Green)의 ‘Gr’과 오디토리움(Auditorium)의 ‘ium’의 합성어다. 동시에 예술, 인문학 등 아름다운 것을 ‘그리워하다’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활동과 지원을 위해 2011년부터 피아니스트 이형민(단국대 교수)이 이 공간의 예술감독을 맡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과 강연을 통해 인문 정신 확산을 이룸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나아가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화합을 이루겠다는 취지하에 그리움 홀에서 기획공연을 열기 시작했다.
예술의전당처럼 문턱이 높다 생각했던 곳이 아닌 이 작은 공간에서 많은 기업인들과 사원들은 고티에 카퓌숑, 슐로모 민츠, 케빈 케너, 정경화, 강동석, 김남윤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초청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
클래식 음악의 확산과 심화를 이뤄가는 활동은 이형민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단 ‘그리움 앙상블’ 후원과 뛰어난 아티스트의 활동을 후원하는 취지의 가장 큰 프로젝트인 ‘그리움 아티스트 상’ 선정으로 이어졌다. 이 재단은 단순히 젊은 스타 연주자들에게 상을 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성장하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지원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예술감독부터 연주자로 성장하고 활동하는 과정을 겪은 선배이고, 현재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음악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세심하게 지켜보고 직접적으로 후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더라도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은 물론, 아티스트를 위해 진심으로 일할 좋은 매니지먼트와 매니저, 기업 후원과 국가 차원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따라서 연주자마다 안고 있는 많은 고민을 함께 상의하고, 의논하고, 공유하면서 이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켜봐주고 응원하려는 것이다.
해는 바뀌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감수해야 할 상황들은 2022년에도 계속된다. 많은 분야에서 힘든 일상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공유하는’ 공연계의 현실도 막막하고 지치고 고통스럽고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굳이 팬데믹 환경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화려하고 근사해 보이는 아티스트와 무대의 이면에는 더욱더 세심한 보살핌과 이해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1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그리움 아티스트 희망콘서트’의 티켓은 매표를 시작하자마자 전석 매진되었다. 관심 갖고 있는 연주자 개개인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반갑겠지만, 신년 첫 주부터 젊은 클래식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의 조합이 몹시 궁금할 것이다. 잔뜩 기죽고 지쳐 있는 공연계에 신년 초부터 기업이, 재단이 나서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무대는, 말 그대로 많은 이들을 위한 ‘희망콘서트’가 될 것이다.



Interview with 문태국
첼리스트 문태국은 2011년 앙드레 나바라 국제 첼로 콩쿠르와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 제1회 야노스 슈타커 상 수상으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첼리스트가 되었다. 2019년에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4위에 입상했고 그해 2월, 워너 뮤직 인터내셔널 레이블로 <첼로의 노래> 앨범을 발매했다.
문태국은 이번 그리움 아티스트 콘서트에 출연하는 모든 연주자와 친분이 있고 음악적인 합을 맞춰본 유일한 아티스트다.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총 4회에 걸친 첼로 리사이틀을 가졌고, 선우예권과는 금호아트홀 상주아티스트로서 앙상블 연주 경험이 있으며, NEC(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동창으로 오랜 친분을 쌓아왔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는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를 연주한 바 있어 각 연주자와의 합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가 기대되었다.

Q문태국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협조하고 배려하는 ‘첼로’라는 악기와 많이 닮은 첼리스트입니다. 실내악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첼로가 담당해야 할 음악적,기술적인 부분은 기본적으로 준비하지만, 편성이 큰 실내악이든 심지어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고 해도 항상 생각해야 할 부분은 ‘피아노와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피아노와 어떻게 대조되어야 하는지’입니다. 피아니스트와 함께할 때 그림이 완성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혼자 연습할 때에도 늘 피아노를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어가죠. 혼자 준비를 잘해도 피아니스트와 잘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다 아이디어를 바꿔야 할 때도 있거든요. 때문에 첼리스트는 항상 실내악적인 그림을 생각하게 돼요.

Q혼자 연주할 때에 비해 악기가 하나둘씩 더해지면서 좋은 점은 뭘까요?
한 작품 안에서 각자의 역할, 라인, 소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죠. 처음엔 바이올린 멜로디만 들리겠지만 첼로의 베이스 라인이나 제2바이올린, 비올라의 내성 라인을 새삼스럽게 발견하면서 그 소리가 깊이 파고들 때가 있거든요. 실내악에서는 숨겨진 보물 같은 소리를 발견할 때의 재미가 커요.

Q실내악은 개개인의 실력 외에도 연주자 간의 합이 정말 중요한데, 협연 경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과는 지난 12월까지 전국 투어를 가졌는데요, 앙상블을 함께하는 연주자로서 임동혁은 어떤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나요?
실내악을 하다 보면 간혹 집중이 안 되고 늘어질 때가 있어요. 긴장감이 떨어지는 거죠. 동혁 형은 한순간이라도 긴장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길을 잃어버릴 만큼 집중력을 요하는 연주자입니다. 심지어 리허설 때에도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에요. 저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 생각할 때가 있는데, 형과 같이 연주하면 저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 게으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이 연주자의 에너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같이 하다 보면 흥이 나면서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Q악기가 사람의 성격을 따라간다 할 수도 있고 성격과 비슷한 악기를 선택한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서로 추구하려는 음악 성향이 잘 맞는 편인가요?
형은 음악적으로 아이디어가 확실하고 확고한 사람입니다. 지난 리사이틀 레퍼토리들은 피아니스트의 역할이 중요하고 피아노의 섬세함이 필요한 곡들이라 첼로는 어떻게 연주하든 크게 상관없었어요. 덕분에 음악적으로 많이 의지가 됐고 많은 부분을 형의 의견에 따라갔죠. 연주자와 직접 맞춰보기 전에는 ‘이런 느낌이겠지’ 하는 나만의 예상치가 있잖아요.
그런데 형이랑 할 때에는 잡생각이 들어올 틈도 없이 음악적인 흐름을 잘 맞춰가려는 노력을 하느라 머릿속이 꽉 차버려요.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듯이 연주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죠.

Q실내악이기 때문에 어떤 연주자와 만나도 자극받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임동혁이라는 연주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재보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느끼는 걸 다 표현하잖아요. 한마디로 거침없죠.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 같이 신이 났던 것 같아요. 처음엔 제가 해오던 레벨과 달리 조금 과한 게 아닌가 했는데, 진행하면서 충분히 이해가 됐고 에너지를 많이 끌어올리다 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체력을 아낀다고 머릿속으로만 정리하고 무대에서 표현해야지 생각했던 것들이 리허설 때부터 터져 나와야 하니까, 연습도 이렇게 최선을 다했어야 했는데 왜 그동안 느슨하게 아꼈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동혁 형은 벼랑 끝에 있는 사람처럼 몰입하게 만드는 연주자예요.

Q같은 피아니스트라도 선우예권은 또 어떻게 다를까요?
금호아트홀 상주 아티스트로 있을 때 예권 형과 합주할 기회가 있었어요.
형은 남의 소리를 정말 잘 들어요. 무척 섬세한 피아니스트이고 편하게 해주는 사람인데 이건 성격에 따른 배려라고도 생각해요. 예권 형은 격려하면서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죠. 내가 어떻게 하든 형이 다 잘 알 거야, 이런 믿음을 주는 사람이에요.
이 부분은 악기 간의 조합도 영향이 있는 것 같은데, 같은 그리움 아티스트 중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누나는 배려하면서도 끌어주는 타입이거든요. 악기 성격상 바이올린은 리드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겠지만, 예권 형의 피아노는 자기 목소리도 내지만 여러 악기를 품어주는 느낌이 있어요. 동혁 형이랑 하다 보면 스파크가 튀는 느낌인 반면 예권 형은 한시름 놓게 만드는, 의지가 되는 느낌이죠. 저는 모두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Q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어떤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시나요?
인모는 아이디어도 아주 많고 도전적인 아티스트예요. 음악도 그렇고 성격도 시크해요. 열정적이지만 절제미가 있어요. 선비 느낌도 있고요.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이 뭔지 바로 알아서 아이디어를 내는 체계적인 타입이에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가끔 인모가 형 같을 때도 있어요.
바이올린을 담당하기 때문에 의견을 더 내게 되니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믿음직스럽고 틈을 못 찾을 만큼 든든하고 다부지죠. 제가 동생이었으면 더 존경했을 것 같아요.

Q두 사람이 함께 연주한 경험이 많습니다. 서로가 지향하는 지점, 공통점을 꼽는다면?
둘 다 작곡가 의도에 충실하려고 하죠. 아티큘레이션이나 다이내믹이나 좀 더 신중하게 보려 하고요. 같은 학교에서 같은 실내악 선생님들한테 배웠기 때문인지 철학적인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요. 악보, 작곡가, 보잉 하나에도 충실하려고 애쓰면서 배웠으니까요.

Q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는 최근에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를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오네게르, 브람스, 멘델스존까지 세 개의 곡을 연주하네요.
오네게르와 브람스는 바이올린과 합을 잘 맞춰야 하는 곡입니다. 다행히 둘이 호흡이 잘 맞는 편이거든요. 멘델스존은 피아노와 셋이 공평하고 긴밀하게 주고받는 것들이 많다면, 상대적으로 브람스는 바이올린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굵직한 기둥을 만들고 그것을 주축으로 펴나가는 것들이 있죠. 한 명이 멜로디를 하면 다른 한 명은 대선율로 가면서 받쳐주고 주고받는 게 많아요. 연주자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연주하는 곡들이 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Interview with 양인모
양인모는 2015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가 9년 만에 배출한 우승자다. 당시 심사위원장 파비오 루이지는 양인모에 대해 “직관적 능력이 뛰어난 음악가” “그의 파가니니는 매혹적이며 품위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지난해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앨범 <현의 유전학>에서는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현의 변화 과정에 대한 생각을 담아냈는데, 상상력을 곁들인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2021~22 시즌에는 유타 심포니,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협연이 있으며 부산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Q그리움 아티스트라는 타이틀로 신년부터 근사한 음악회를 갖게 됐네요.
젊은 음악가들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연주가 다 잘 풀리는 게 아닌데, 이런 후원과 기업 차원의 도움이 없었으면 저도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단체가 만들어졌고, 단순한 지원을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나아갈 방향을 같이 고민해주시는데, 젊은 아티스트의 커리어에는 꼭 필요한 부분이고 감사한 일이죠.

Q최근까지 첼리스트 문태국 씨와 이중 협주곡을 연주했고, 첫 곡 오네게르 역시 첼로와 바이올린 이중주입니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배경도 있으니 특히 두 분의 앙상블이 기대됩니다.
이중 협주곡인 오네게르는 태국 형이 먼저 제안했는데, 전체 프로그램 중 덜 알려지고 모던하고 불협화음이 많은 곡을 넣어도 되겠다 생각했어요. 인상주의와 바로크 대위법 요소를 합친 느낌이 재미있는데, 첼로와 바이올린이 폴리포닉하게 주고받는 패시지들이 때로는 성부가 교차되는 바흐의 푸가처럼, 때로는 몽환적인 화성들도 중간중간 나오고 흥미로운 작곡가죠. 이 곡으로 인해서 전체 프로그램이 너무 기름지지 않고 밸런스가 잡혔다 생각해요.

Q태국 씨와 연주할 때 어떤 지점이 흥미롭다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형과 연주하면 매번 모습이 달라지고 변화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소리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연주마다 다르거든요. 주고받는 부분의 제스처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느껴지고, 중점으로 두고 있는 소리의 톤이라든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아주 작은 뉘앙스들이 서로의 연주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자주 연주하다 보니까 편해져서 좀 더 많은 걸 내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둘 다 아직 젊고 같이 연주할 때마다 성숙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연중에 발전하면서 서로 달라진 점을 확인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늘, 항상, 다음 연주가 기대되는 파트너예요.

Q프로그램을 고를 때 상대 연주자의 성향을 예측하면서 품는 기대감이 있을 텐데, 두 피아니스트와는 한 번도 연주한 적이 없었다고요?
하지만 모두 훌륭한 연주자들이라는 건 잘 알고 있죠. 이번 연주가 기대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실내악을 많이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음악을 만들 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거든요. 트리오 두 곡 모두 피아노 비중이 높아서 두 분 성향이 그대로 나올 것 같아요. 선우예권 님의 경우 섬세하고 파워풀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느낌이 강해서 세단 같은 느낌이라면, 임동혁 님은 스포츠카 같은 느낌, 자유롭고 젊고 돌연변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캐릭터 같아요. 그래서 좀 더 밝은 멘델스존과 더 어울릴 것 같고요.

Q멘델스존은 너무나 멋진 바이올린 협주곡을 만든 사람입니다. 멘델스존이 실내악에서는 바이올린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나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멘델스존은 남다를 것 같아요.
얼마 전 유타 심포니와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하고 왔어요. 덕분에 멘델스존 음악을 더 많이 들었고 그의 음악 미학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는데, 멘델스존은 멜로디스트라 생각해요. 인생 초기부터 후기까지 ‘무언가’를 쓴 만큼 음악 인생에 있어서 기반이 되는 것이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바이올린에게 부여한 역할이 있다면 ‘노래하는 역할’ 같아요.
멘델스존은 ‘빠른 악장’, 그러니까 협주곡 3악장이나 트리오의 3악장, 스케르초 악장, 가볍고 빠른 악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악보에 템포 지정한 것을 봐도 이 템포에 연주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빠른 연주를 좋아했거든요. 가볍고 우아한 것을 좋아했던 것 같고, 그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열심히 노래할 생각이에요.

Q멘델스존 작품은 좋은 곡이 많은데 지나치게 한정적으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멘델스존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좀 더 얘기하자면, 멘델스존은 저만 더 잘 알고 싶은 작곡가예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더라도. 너무 좋아하는 가수가 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나만 알고 싶으니까. 그런 축에 속하는 작곡가예요.
멘델스존은 절제의 예술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 때문에 가볍고 깊이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대단한 작곡가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 같아요. 그의 언어는 브람스나 슈베르트처럼 화성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이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누구보다도 레토릭 영역을 잘 이해하는 작곡가예요.
말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레토릭이잖아요. 멘델스존의 군더더기가 없는 프레이즈를 보면 어떤 사람은 여기에서 좀 더 해줬으면 좋겠는데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엑스트라가 없어서 더 함축적으로 와 닿는다 생각하거든요. 차이콥스키처럼 하고 싶은 얘기를 길게 한 사람도 있지만, 멘델스존은 시벨리우스처럼 할 말만 딱 하고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그게 ‘불충분’한 게 아니라 그만의 언어법이고,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그 안에서 더 많은 뉘앙스를 찾는 도전을 해야 하는 거죠.

Q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공연이 취소되는 와중에 유럽에서 몇 번의 연주가 더 있습니다. 이것과 별개로 2022년에 더 집중하고 싶은 작곡가, 작품이 있을까요?
베를린에서 슈만 작품으로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이고, 여름에는 시카고 심포니와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한국에서의 일정은 주로 협연인데, 부산시향 상주음악가로서 코른골트와 시벨리우스, 진은숙 선생님 협주곡 협연 등이 있어요. 올해에는 슈만의 작품을 깊이 연구해볼 생각이에요. 10월에 제노바에서 파가니니 페스티벌 오프닝 콘서트를 하는데, 그때에도 슈만과 파가니니 작품을 연주합니다.


Interview with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2017년, 북미 최고 권위의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 된 연주자다.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와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수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젊은 거장의 자리에 오른 연주자다. 지금까지 총 네 장의 솔로 음반을 발매했는데, 2017년 데카 골드 레이블로 발매된 <2017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앨범이 빌보드 클래식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었다.

Q피아니스트 임동혁과는 <스타스 온 스테이지>에서 라흐마니노프 ‘심포닉 댄스’를 함께 연주한 적이 있죠. 이번에는 모음곡 2번 Op.17, 역시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네요.
둘 다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애정이 있고, 특히 동혁 형이 러시아 감성을 갖고 있으니 같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돼요. ‘심포닉 댄스’는 조금 생소하게 들렸을 수도 있는데, 이번 곡은 멜로디도 예쁘고 특히 느린 악장은 클래식을 접해보지 못했던 관객들도 듣고 좋아하실 만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요.

Q평소에도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은데, 작곡가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듣는 입장에서는 좋지만 연주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난이도가 높다 생각할 수도 있고 기교적인 면도 필요하지만, 화성의 복잡한 푸가적인 요소들은 견고하게 지은 대성당같이 잘 구축되어 있어요. 저도 어릴 때부터 이방인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서 묻어나는 고독함, 외로움에 즉각적으로 감정 이입하게 되거든요. 조국을 떠난 작곡가, 많은 것을 내려놓고 떠난 이방인이 품게 되는 그리움의 감정들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녹아 있기 때문에 쉽게 집중할 수 있어요. 다른 작곡가들은 가까워지고 친숙해지는 데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면 라흐마니노프는 조금 더 수월하게 다가오는 작곡가, 감정적으로 연결이 잘 되는 작곡가라고 생각해요. 모차르트나 드뷔시처럼 라인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본다기보다 조금 더 큰 틀을 보면서 연주하는 편이 성격적으로 더 잘 맞아요.

Q임동혁과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그리고 음악가로서 임동혁은 어떤 피아니스트인가요?
속이 참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겉으로 세고 강한 척하지만 예민하고 깨질 것처럼 약한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이 음악에도 그대로 나타나고요. 피아니스트로서 임동혁은,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특별한 감각이나 재능을 굉장히 많이 갖고 태어난 사람이에요. 거기에 노력까지 하기 때문에 감성이나 표현력을 뒷받침하는 데 뛰어난 연주자죠. 같이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운 점이 많기도 해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음악에 대한 책임감이 굉장하기 때문이고, 본인 스스로가 준비를 소홀하게 하지도 않고, 상대방이 소홀한 것도 넘기지 못하는 타입이죠.

Q양인모, 문태국과 브람스 트리오를 연주합니다. 트리오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라는 세 개의 기둥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는 게 중요할 텐데, 조합이 무척 기대됩니다.
브람스 곡은 인모, 태국 두 사람이 다 좋다 해서 저도 그 결정에 따른 거예요.
무엇보다도 불안정한 시기에 따뜻한 무게감을 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해서 저도 좋았죠. 태국이와는 꽤 오래전부터 알아왔고 베토벤 소나타, 슈베르트 트리오 등 몇 번 연주를 갖기도 했어요.
태국이는 어떤 사람을 만나도 융화가 잘 되는 성격이에요. 사람도 좋고 배려심도 많은데, 사람 캐릭터를 연주가 그대로 닮은 건지, 첼로 연주를 잘하면서도 남에 대한 배려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거든요.
인모는 지나가면서 한두 번 인사한 게 전부예요. 조합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니 수월하게 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있어요. 트리오는 상대의 소리를 다 듣고 융화하고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건데, 이 부분은 태국이가 조율을 잘해줄 거라 생각해요.

Q작곡가 브람스는 예권 씨에게 어떤 작곡가인가요?
브람스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게 큰 애정이 느껴지지는 않아서 꼭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20대 후반부터 조금씩 브람스 음악의 깊이가 느껴지고 어느 정도 안정감을 느끼게 됐어요. 브람스를 마주하는 동안 저의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인 일상에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느낌이 있었고 저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됐거든요. 연주하면서도 잠시나마 성숙해지고, 자아성찰을 하게끔 만들고, 내가 어떤 시간을 걸어왔는지 돌아볼 수 있게 해줬어요.

Q지난 2년간 기대했던 공연들이 취소되면서 낙심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2022년에는 계획한 공연들이 잘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오케스트라 투어가 예정되어 있는데 많은 것들이 아직 확실치않네요.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작품들도 있고 베토벤 협주곡도 있는데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움 아티스트 콘서트가 끝나면 바로 이어서 1월 6일과 7일, 성시연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시향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프로코피예프 2번을 연주합니다.
새해 첫 주부터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 만큼 잘 치러지면 좋겠습니다.


Interview with 임동혁
임동혁은 2001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 수상과 더불어 5개 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3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호명됐지만 수상을 거부했고, 2005년 제15회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3위 수상, 2007년 제13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 없는 공동 4위를 수상했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후원으로 인연을 맺게 된 EMI 클래식을 통해 2002년 출시한 데뷔 음반은 ‘황금 디아파종 상’을, 2집은 ‘쇼크 상’을 수상했다. 2015년 워너 인터내셔널 클래식 레이블로 발매한 쇼팽 프렐류드 전곡 앨범은 <그라모폰>, <BBC 매거진>에서 평론가들의 큰 호평과 함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었다. 오는 봄에는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959, 960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Q이번 공연의 연주곡들이 무척 화려하고, 연주자들의 이름을 보니 더욱 큰 기대감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는 두 번째 듀오 무대죠?
2년 전 라흐마니노프 심포닉 댄스를 연주한 적이 있죠. 그 곡은 평소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던 사람들도 그 작곡가의 작품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낯선 포인트가 있어요. 깊이 있는 곡이지만 협주곡 3번보다 훨씬 더 후기에 쓴 곡이라 현대적인 요소가 많은 편이거든요. 반면 모음곡은 협주곡 2번처럼 멜로디도 예쁘고 더 사랑받는 곡이에요. 마냥 예쁘기만 한 곡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좀 더 공감하기 쉬운 멜로디가 있어 선택한 곡이죠.

Q같은 피아노라고 해도 누군가는 주장하고 리드하는 쪽이 있을 텐데 두 사람 간의 호흡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잘 치는 피아니스트 두 명이 만났으니 뭘 더 원하겠어요? 어느 한 명이 실력이 달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 둘은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어요. 제 연주 스타일이 더 화려한 편이라서 제 의견이 더 많을 거예요. 그렇다고 예권이 연주가 덜 화려한 건 아닌데, 맞춰주는 거겠죠? 사실 안 맞춰보고 그냥 해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잘 맞아요.

Q선우예권을 어떤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나요?
연주는 사람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니까 숨길 수 없는데, 선우예권은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고 인간적인 연주를 들려줍니다. 한편으로는 잘 깨지기 쉬운 사람이죠. 섬세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연주자, 그래서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사람이자 음악을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이죠.

Q임동혁이 그런 타입의 연주자인 줄 알았는데요.
이름을 거론할 순 없지만 누군가의 연주는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저나 예권이는 그 누군가처럼 근육이 단단하게 잡힌 튼튼한 연주를 펼치는 게 장기인 연주자는 아니에요. 물론 둘 다 묵직하게 칠 때도 있지만 조금은 더 깨질 듯이 섬세한 연주자, 더 장기가 있는 연주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사람들이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다고 하면 인간적으로, 엄청 뜨겁게 치겠죠. 예권이가 제일 잘 친다고 생각하는 곡은 협주곡 3번. 정말 잘 맞는 곡이라 생각해요.
저는 가슴 벅차오르게 열정을 품고 치는 걸 좋아해요. 연주하다 보면 러시아 특유의 넓은 대지가 떠오르는, 대륙이 떠오르는 그런 연주가 되겠죠.

Q임동혁과 앙상블을 하면 바로 죽을 것처럼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연주해야 한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치열하게 해야만 한다는 다른 연주자들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슈베르트를 합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도 항상 같은 얘기를 했죠. 저랑 합주할 때의 현악기 연주자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도태돼요(웃음).
하지만 우리가 연주한 슈베르트는 정말 처절할 정도로 아프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해요. 연주자는 감상자가 아니거든요. 긴장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음악이 있기 때문에 더 집중해야 돼요.

Q그 얘기는 태국 씨가 한 말인데, 문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친한 동생이지만 함께 투어를 돌며 모든 일을 같이 한 건 처음이에요. 태국이는 착하고 재미있고 실력도 있으면서 진심으로 겸손한 사람이에요. 누군가에게 맞춰주는 데에 익숙한 것 같은데, 심지어 첼로 소나타를 하면서도 첼로가 아닌 임동혁이 좀 더 투영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 의견을 묻고 자기가 맞추려고 해요. 자기 의견이 없는 게 너무 신기했는데, 그렇다고 첼로를 못 하는 게 결코 아니잖아요. 밸런스도 좋았고. 그래서 더 특별한 연주자죠.

Q다음 앨범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59, 960입니다. 어떤 이들은 임동혁이 슈베르트 연주에 최적화된 아티스트라고도 합니다.
어떤 피아니스트들에게 두 소나타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들춰 보는 데에도 의미가 있지만, 한번 연주하고 사라져버리는 앨범이 아니라 아이코닉한 연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작품이에요. 쇼팽의 왈츠를 얘기하면 디누 리파티 앨범을 떠올리는데, 그렇게까지 될 수 없다 해도 슈베르트 D.959, 960을 얘기할 때 손꼽을 수 있는 특별한 기록으로 남았으면 해요.

Q결과적으로 연주는 맘에 들었나요?
최고의 연주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기대하고 있어요. 평소 라이브를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모든 앨범에서 최고를 보여주진 않아요. 앨범이 최고치를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어요. 평균치를 보여주죠. 제 경우 최고치를 보여준 앨범은 평도 좋았던 쇼팽 <프렐류드> 앨범이고, 이번에는 평균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주 평가에 있어서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제 만족도에 따라 결과를 판단하는데, ‘평균치’였다고 얘기하는 이유도 제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런 말이 잘 안 들리거든요.

Q그렇다면 이번 녹음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뭘까요?
일반적인 극장과 스튜디오 녹음의 가장 큰 차이는 관객입니다. 관객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의 움직임이나 호흡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게 있거든요. 무대를 앞두면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고 바들바들 떨더라도, 무대에 들어서서 관객들을 바라보면 마취 주사를 맞은 사람처럼 긴장이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자아도취, 혹은 자신감이 생겨요.
스튜디오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못 받아서 답답한 만큼, 녹음하는 내내 최대한 자아도취에 빠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만 정체된 공기와 음악에 눌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거든요. 몇 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앙코르로 연주했던 슈베르트 D.959와 이번 앨범 해석은 많이 다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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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발코니 (클럽발코니 매거진 103호 [2022년 1~3월호]) ©clubbalcony.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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