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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BALCONY Column] 피아노 협주곡으로 보는 베토벤, 왜 베토벤인가? 조회수 244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3-11-16 18:00:00






 

 

[BALCONY Column] 피아노 협주곡으로 보는 베토벤, 왜 베토벤인가?
Club BALCONY 매거진 110호 (2023년 10~12월호) 中

글/윤무진 음악 칼럼니스트. 대학과 대학원에서 음악학을 공부했다.
졸업 이후에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원고를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살고 있다. 매일 듣고, 읽고, 쓰는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뮌헨 필하모닉… 올해 11월 대한민국에서 공연을 가질 오케스트라들이다. 놀라움을 넘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라인업에 11월 내한 공연을 앞둔 해당 악단들 또한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다. 유럽에 적을 두고 있는 악단 입장에서도 아시아 투어는 보통 일이 아니다. 먼 길을 무리해서 오는 입장에서 되도록이면 실패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라 다들 비교적 안정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해외 투어에 나서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적인 프로그램이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고전 중의 고전을 말한다. 이는 베토벤의 작품이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서 자주 선택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하반기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프로그램에서도 베토벤의 이름이 보이는데, 그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바로 피아노 협주곡 4번.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내한하는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하기로 선택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악단이 또 있으니, 같은 달 내한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지휘자 정명훈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같은 작품을 협연한다. 이쯤 되면 새로운 질문이 던져진다. 왜 많고 많은 작품 중에서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일까?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장르로 베토벤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었던 걸까?



조용한 혁명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이 작품의 시작은 아주 단순하다. 마치 준비된 피아노 상태를 확인이라도 하듯 독주자는 아주 옅은 화음을 연주하며 작품이 시작되었음을 알리지만, 작품을 듣는 감상자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시작되었는지조차 확신이 들지 않는다. 작곡가가 계획해두었던 음악의 방향성은 현악기의 옅은 소리가 어느 정도 울려 퍼진 후에야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나 말할 수 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혁명가로 태어났다고. 그의 삶과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조차 베토벤이라는 사람이 지닌 이미지를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그의 삶은 이를테면 교향곡 5번 ‘운명’ 같은 것이다. 듣는 사람의 귀를 단번에 찌르는 강렬한 주제와 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이 음악은 듣지 못하는 현실을 딛고 세상과 맞서온 그의 이미지를 정확히 대변하는 듯하다.

  보다 음악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커리어의 전환점이 되었던 몇몇 작품을 꼽고 싶을 것이다. 교향곡 중에서는 길이나 구성 등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세계관을 넓힌 교향곡 3번 ‘영웅’이 그러한 작품이며 피아노 협주곡 3번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그리고 이어지는 3번을 통해 자신이 고전주의 기법을 확실하게 정리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구축해놓은 빈 고전주의의 완벽한 후계자가 바로 자신임을 알린 베토벤은 돌연 피아노 협주곡 4번에서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디딘다



몇몇 고전적 관습들

  피아노 협주곡 4번의 독특한 오프닝이 수면에 만들어낸 파장은 그전의 작품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모양새였다. 협주곡 장르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고전주의 시대 협주곡이 독주자가 아닌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을 것이다. 협주곡의 도입부에서 오케스트라는 1악장에서 연주할 제1주제와 이어지는 제2주제를 열심히 설명한다. 오케스트라의 설명이 모두 끝나면 독주자가 등장해서 먼저 제시했던 주제를 다시 연주한다. 같은 주제를 이와 같이 반복하는 형태를 이중 제시부라 한다.

  현재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이 이중 제시부는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가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협주곡에 빠짐없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고전주의 시대 작품을 상징하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이중 제시부는 초기 낭만주의 시대 작품에서도 보일 정도로 유서 깊은 것이었다. 1830년에 쓰인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쇼팽이 관습과는 거리가 먼 작곡가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음악계에 이중 제시부의 뿌리가 상당히 깊게 박혀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베토벤은 다섯 마디의 짧은 피아노 독주로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열게 했다. 이후 주제를 오케스트라가 받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 또한 변형된 이중 제시부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순서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세계는 이미 한차례 뒤집힌 상태이다. 이 도입부로 독주자는 모두에게 말한다. 우리,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자고.

  만약 이런 시도들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그 뒤에 나오게 될 협주곡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되었을까? 피아노 협주곡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도입부라 할 수 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나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이 궁금증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직설적으로 제시한다.

  깊이 뿌리박힌 전통을 살짝, 그러나 분명하게 흔든 베토벤은 카덴차를 바라보았다. 협주곡 내에서 독주자에게 ‘독주’의 시간을 제공하는 카덴차는 협주곡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다. 이 카덴차의 시작은 보통 1악장이 끝나기 전에 마련된다. 오케스트라가 해당 조성의 Ⅰ 6:4을 힘차게 연주하면 독주자를 위한 카덴차의 문이 열리고, 그렇게 독주자는 자신이 준비한 그날분의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베토벤은 고민했다. 작품을 연주하는 연주자에게는 얼마만큼의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가? 그는 그 답을 다음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제시했다.




 

 

작품의 주인은 작곡가 -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피아노 협주곡 4번 이후의 협주곡인 피아노 협주곡 5번의 시작은 4번과는 또 다른 측면으로 대단하다. 오케스트라가 위엄 있는 E플랫장조의 으뜸화음을 짧게 연주하고, 그 울림이 채 사라지기 전에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로 뛰어들어 화려한 독주를 이어낸다. 이후 독주자와 오케스트라는 치열하게 서로가 가진 음악을 주고받는다.

  이전에는 ‘작품’이라는 개념이 최근처럼 확고하게 자리 잡지 않은 상태였다. 숫자 저음의 전통을 떠올려보자. 이전 시대의 작곡가들은 숙련된 연주자들이 재량껏 작품을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렇게 하기를 원치 않았다. 이 작곡가는 세상 모호한 것들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었고 그 열망을 피아노 협주곡 5번으로 구체화해냈다. 이 작품에서 베토벤은 (이전까지는 비워져 있던) 카덴차의 음표를 확실하게 적어놓는 것은 물론이고 페달과 악상 기호 등, 연주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그 당시 기준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악보에 기입했다. 작품의 주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작곡가라는 입장을 피아노 협주곡 5번으로 확실히 해둔 것이다.



미래를 향한 작품 - 합창 환상곡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 또한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먼저 이 작품이 연주되었던 현장으로 한번 가보자. 1808년 12월 22일, 베토벤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열린 이날의 콘서트에서는 교향곡 5번과 6번, 피아노 협주곡 4번이 초연될 예정이었으며 전해에 선을 보였던 미사 C장조의 일부 또한 연주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베토벤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 위해 십여 년 전 써두었던 가곡의 멜로디를 부랴부랴 가져와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급히 써냈다. 피아노 독주와 관현악 그리고 합창이 어우러지는 합창 환상곡의 탄생 배경은 상당히 베토벤적이지 않다.

  오랫동안 이 작품은 편성이 흥미로운 작품 정도로만 여겨졌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작품이 무대에 올라 대중의 평가를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환상 합창곡에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작품을 여는 피아노 독주 부분에서는 베토벤의 장기였다고 전해지는 즉흥 연주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고, 합창이 함께하는 부분에서는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생기가 화사하게 뻗어 나간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힘차게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이 만들어내는 화음을 계속 따라가보자.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이 만들어내는 환희의 순간, 그 소리의 끝에서 베토벤의 미래, 교향곡 9번 ‘합창’이 기다리고 있음을 이 합창 환상곡은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



 



2023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12월 피아노 엑스트라 바간자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3의 마지막 여행

네 대의 피아노,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무대에
오르는 축제의 현장으로 갑니다(ง˙∇˙)ว
크클클2023, 그 대장정의 마지막 공연과 함께
여러분의 한 해도 즐겁게 마무리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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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아 포스트에는 꿀잼 칼럼이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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