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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EASON'S HIGHLIGHT] 가봐야 할 5월 공연, 콕 찍어드립니다 조회수 473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3-04-26 11:20:50


[SEASON'S HIGHLIGHT] 어떤 공연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괴로운 당신에게
가봐야 할 5월 공연, 콕 찍어드립니다
Club BALCONY 매거진 108호 (2023년 4~6월호) 中

글/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5월은 긴장해야 한다.
4월에는 통영음악제와 더불어 오케스트라 협연자의 무대가 풍성했다면
5월엔 악기별·형태별로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다채롭게 열린다.
장소도 다양하고 프로그램도 흥미로우니 예산도 잘 관리하고,
일정도 선별하고, 지치지 않도록 건강 관리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5월 1일(월) 빈 첼로 앙상블 5+1_롯데콘서트홀
빈에서 날아온 첼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거기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플루트 단원 카린 보넬 리가 합류한다. 그래서 이름은 ‘빈 첼로 앙상블 5+1’. 단 6명의 연주자지만 때로는 실내악단, 때로는 오케스트라가 된다. 2부에서는 거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콘셉트는 ‘국제 기후 회의’다. 소품도 활용하고, 단원들의 연기까지 더해지는 특별한 공연이다. 6대의 악기가 이걸 다 할 수 있냐고? 이 질문에 이들은 답한다. “우린 6대로도 충분해!”

 

4월 2일(일) 세르게이 바바얀 리사이틀_통영국제음악당
다닐 트리포노프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세르게이 바바얀이 통영에 온다. 세르게이 바바얀은 후학을 양성하며 이제는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생동감 넘치며 어느 피아니스트의 연주보다도 콘서트 무대에 적합하다. 주의할 것은 세르게이 바바얀은 다닐 트리포노프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한다는 점이다. 다닐 트리포노프의 정열적이고 상상력 가득한 음악을 기대한다면 공연장에서 조금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세르게이 바바얀의 연주는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연주할 쯤엔, 보르쉬(러시아 및 동유럽권의 전통 수프 요리) 한 접시를 대접받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5월 2일(화) 손열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_전국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이라는 엄청난 도전을 준비 중이다. 말 그대로 모차르트 소나타 1번부터 18번까지 1주일 만에 주파하는데,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음반 발매를 앞두고 준비한 대형 기획이다. 모차르트 전곡 소나타 연주에 걸리는 6시간 동안 모차르트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실제 무대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모차르트 전곡 소나타로 따라가는 모차르트의 연대기, 피아노 소나타 1번부터 6번까지 연주되는 5월 2일은 그 여정의 첫 번째 페이지다.

 

5월 4일(목)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_차이콥스키 발레 모음곡_예술의전당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가 발레로 돌아온다. 오페라와 발레 경험이 풍부한 다비트 라일란트의 상반기 최고 기대작인데 무려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이 협연을 맡는다. 고티에 카퓌송은 프랑스 영부인이 연 자선 행사에서 블랙핑크와 협업을 할 정도인 이 시대의 아이콘이다. 이 공연에서 고티에 카퓌송은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유명했던 대니 엘프먼의 첼로 협주곡을 한국 초연한다.

 


 

5월 11일(목)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 바그너 ‘반지’_예술의전당
2023년은 바그너 탄생 210주년이기도 하다. 서울시향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약했던 마르쿠스 슈텐츠가 바그너를 들고 서울시향과 다시 만난다. 제목은 ‘반지: 관현악 모험’. 바그너의 음악극 시리즈 4부작 ‘니벨룽의 반지’ 중 주요 장면들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작품이다. 협연자는 지난 부소니 콩쿠르의 주인공인 박재홍 피아니스트다. 2022년 서울시향 정기 공연에 긴급 대타로 나서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던 박재홍이 이번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클래식 팬들과 만난다.

 

5월 12일(금)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리사이틀_예술의전당
2023년은 2000년 이후 개최된 쇼팽 콩쿠르 우승자들이 모두 무대에 서는 해다. 2월엔 라파우 레하츠(2005년 우승)가 김봄소리와 듀오 리사이틀을 했고, 3월엔 브루스 리우(2021년 우승)가 리사이틀을 열었으며, 같은 달 조성진(2015년 우승)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했다. 그리고 이번엔 2010년 우승자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차례다. 율리아나 아브제예바는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전부 쇼팽으로만 채웠다. 쇼팽의 모든 장르를 한자리에서 들어보고 싶다면 이 공연에 꼭 가야 한다. 쇼팽 콩쿠르가 보장하는 연주다.

 

5월 16일(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3개의 피아노 협주곡_예술의전당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3번을 단 하루에 모두 연주한다. 단일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방법 중 가장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방법이다. 팬데믹 기간에 수많은 연주자들의 반주자로 활약했던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이제는 주인공이 되어 라흐마니노프를 두드린다. 최영선이 이끄는 밀레니엄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한다.

 


5월 17일(수) 필리프 헤레베허 & 샹젤리제 오케스트라_예술의전당
필리프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조합을 6년 만에 만난다. 전문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시대 연주 음악이 얼마나 생동감 넘치고 풍부한지 납득시켜줄 공연이다. 조금은 심심할 거라는 시대 연주에 대한 편견을 깨부순다.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들도 특별한데, 각 작곡가들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모차르트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할 예정이다. 시대 연주의 장인이 펼치는 세계는 얼마나 다른 세상인가 경험해보자.

 

5월 18일(목) 서울시향과 마르쿠스 슈텐츠, 조슈아 벨_예술의전당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서울시향에 데뷔한다. 조슈아 벨은 영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조슈아 벨이라는 이름은 익숙하다. 거기에 이날 마르쿠스 슈텐츠가 관객들 앞에서 선보일 음악은 서양 음악사에서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음악, 바로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이다. 슈텐츠는 원시적이고 야성적인 리듬 그 자체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덧붙여 <봄의 제전>의 초연이 1913년 5월에 이루어졌으니 정확히 초연 110주년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5월 18일(목) 아름다운 목요일 스페셜 스테이지, 마사야 카메이 Piano_금호아트홀
피아니스트 마사야 카메이가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친다. 한국 클래식 팬들에겐 콩쿠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였고 그해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이혁과 공동 우승을 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이미 젊은 예술가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NHK심포니, 도쿄 필하모닉, 뉴 저팬 필하모닉, 요미우리 심포니 등 일본 내 메이저 오케스트라와 모두 협연했다. 지금 시대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는 어떤 모습일지 지켜보자.

 

5월 24일(수) 한경필 말러 2번_롯데콘서트홀
말러 교향곡 2번이 유독 많은 2023년이다. KBS교향악단과 W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그럼에도 말러 교향곡 2번 공연을 봐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팬데믹 기간에 성악곡을 포함한 대규모 오케스트라 작품들이 전혀 무대 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야 말러 교향곡 2번이 무대 위에서 살아났다. 압도적인 피날레 악장에서 울려 퍼질 가사가 우리에게 와 닿는다. “멸한 것은 다시 부활하기 마련이다!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부활할 준비를 갖추라!”

 

5월 25일(목) KBS교향악단 제790회 정기연주회_롯데콘서트홀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에 걸맞게 전부 라흐마니노프로만 꽉 채운 공연이다.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봉을 잡으며 협연은 안나 빈니츠카야가 맡는다. 안나 빈니츠카야는 200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로 지난해 스승인 예브게니 코롤리오프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인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그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다.

 

5월 25일(목) 룩셈부르크 필하모닉_예술의전당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이 지난 2003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문화를 꽃피운 룩셈부르크지만,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클래식 팬들에게도 비교적 생소하게 들리는 오케스트라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이번 한국 투어를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음악감독 구스타보 히메노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구스타보 히메노는 현재 토론토 심포니 음악감독직을 겸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베를린 필하모닉에 화려하게 데뷔한 지휘자다. 이제 그가 더 바빠지기 전에 서둘러 들어보자. 더 유명해지면 만날 수 없다.

 

5월 28일(일) 경기 필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_롯데콘서트홀
그 누구보다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사랑하는 남자, 지휘자 최수열이 경기 필과 무대에 오른다. 단연코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은 알프스 교향곡이다. 알프스 교향곡은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알프스의 22가지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규모가 장대해 무대에 올리기가 아주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서 1년에 1회도 채 되지 않는 빈도로 연주된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이 교향곡을 다시 만날지 모른다.

 

5월 31일(수) 힐러리 한 바이올린 리사이틀_예술의전당
힐러리 한은 여전히 현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힌다. 한때는 무서울 정도로 정교하고 차가웠던 그녀의 음악은 점점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졌다. 그녀의 오랜 별명이었던 ‘얼음 공주’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음악을 수식하지 못한다. 온화함을 머금은 그녀의 음악은 관객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준다. 이제 기술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 나아간 그녀의 음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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