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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제목 [Artist Story] 나의 템포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조회수 305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1-09-02 12:12:08
[ARTIST STORY]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 나의 템포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Club BALCONY 매거진100호 (2021년 4~6월호) 中
글/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보내온 사진과 한 편의 시 같은 글 모음이다. 마치 사진 일기장처럼 양인모가 여행하면서 쓴 글들을 담아놓은 페이지인데, 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진들을 시간순으로, 날짜별로 정리한 것이다. 소설처럼 줄거리가 있는 내용이 아닐지라도, 아티스트가 여행하며 기록한 순간순간의 단상은 그들의 생각을 엿본 것처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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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자 사람들이 먼저 눈에 띈다. 통화하면서 걷는 사람,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사람, 땀을 흘리며 조깅을 하는 사람. 그러나 서두르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방금 도착한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는 사람도 없고, 약속 시간에 늦어 불안한 표정과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이동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 도시의 템포는 알레그레토 정도일까?
이제 가야 할 방향을 정해야 한다. 여행은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을 때, 그 설레는 어수선함 속에서 내 뇌가 어떤 정보에 반응하는지 궁금하다. 사람이 많은 길, 빛이 많이 드는 길, 좁은 길, 바닥이 조약돌인 길, 흥미로운 냄새가 나는 길. 별 계획 없이 집을 떠나면 나를 위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내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보다 내 자신이 더 중요해진다. 나의 템포는 내가 정하는 것이지, 시계의 초침에 맞춰져 있지 않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유는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쾌적한 바람의 감촉이 아니다.
여유는 연습 중간중간 마시는 아이스라테의 시원함이 아니다.
여유는 인터미션이 아니라 연주 그 자체다.
여유는 이끌려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여유는 자기 템포에 대한 자각이다.
여유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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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곳을 발견했다. 여기는 왜 아름다울까?
오리들이 헤엄을 친다.
물살은 정교한 원을 그리며 물에 비친 숲을 춤추게 한다.

새들이 노래를 부른다.
노래의 박자를 알 수 없어서 좋다.
오렌지색 가로등 밑 벤치에 앉아 좀 더 거리를 두고 호수를 바라본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아름다운 이유를 알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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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고 잔디밭에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발바닥에 느껴지는 촉감을 멋지게 표현하는 형용사를 못 찾겠다. 우리의 발은 거의 인생의 반 이상 양말 또는 신발에 갇혀 산다. 그래서 많은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잔디의 아삭하면서 미끄러운 촉감을 신발이 없던 시대에는 자주 느꼈겠지. 뿐만 아니라 흙, 돌, 모래 등 대단히 많은 물질들이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로 발바닥을 자극했을 것이고, 그것이 주는 쾌감은 우리의 DNA 깊숙한 곳에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모든 걱정을 발밑에 두고 연주하라고 했던 옛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그 걱정은 이제 큰 책임감이 되었지만 동시에 내 발 또한 커지고 둔해졌을 것이다. 이제 다시 발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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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5km 가량을 걸었다. 걷는 양이 부쩍 많아진 이유는 걷는 시간이 아깝지 않아서이다. 두 발이 움직이고 있는 동안 우리의 눈은 현실을 알려준다. 그 눈을 감으면 발 또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옷이 다채롭다. 가끔 주황색이나 초록색 옷을 보면 안 쓰던 근육을 운동시키는 듯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들의 표정 또한 다양하다. 울고 있는 사람, 전화를 받으며 화내는 사람, 화들짝 놀라는 사람. 렘브란트의 초상화처럼 사람들에게서 알 수 없는 빛이 느껴진다. 따뜻한 햇빛 때문인지 몰라도 그들의 드라마틱한 표정 속에서 자유가 느껴졌고 내가 바라보고 있는 현실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이 현실을 계속 응시하고 싶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새로고침 되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음악은 특별하다. 눈을 감아도 세상이 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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