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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윤무진의 초이스 음반 - 더욱 온전한 자신 조회수 49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1-07-15 11:15:50
[Season’s Column] 윤무진의 초이스 음반
- 더욱 온전한 자신
Club BALCONY 매거진101호 (2021년 7~9월호) 中
글/윤무진 음악 칼럼니스트. 대학과 대학원에서 음악학을 공부했다.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매일 듣고 매일 쓰는 삶을 위해 노력한다.



 
무더운 여름의 시작이다. 더울 땐 길고 진중한 클래식 음악보다는 짧고 감각적인 리듬을 담은 대중음악을 선호한다지만, 무더위도 날려줄 젊은 연주자들의 패기 넘치는 명반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선욱, 조성진, 힐러리 한이 내놓은 젊고 똑똑하고 야심찬 이야기들이 음반 세 장에 알차게 담겨 있다. 클래식 음악 팬이라면 이 멋진 에너지를 꼭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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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계에는 다른 장르 음악계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특징들이 있다. 유명 작품을 쉼 없이 녹음하는 문화도 그중 하나다. “아니, 같은 작품 녹음이 수백 종이나 있는데 그걸 또 녹음한다고?” 당연한 의문이다. 그런데 시선을 연주자로 돌려서 생각해보면 사정이 또 달라진다. 그들에게 녹음이란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더 사랑하기 위해 택하는 방법이다. 나의 연주로 과거의 작곡가를 마주하고, 그 순간을 음반이라는 반영구적인 매체에 기록한다. 이런 시간을 켜켜이 쌓아 나가며 그들은 더욱 온전한 자신이 된다. 아래 소개하는 세 장의 앨범은 지속적으로 음반을 녹음하는 이유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하게 설명한다.
 

먼저 소개할 앨범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31번, 32번 녹음이다. 연주자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작곡가의 정수가 담겨 있는” 베토벤 후기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챙겨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는 되지 않았다. 김선욱은 ‘베토벤 덕후’니까. 20대에 가장 많이 연주했던 작곡가는 베토벤이었다. 그만하면 됐겠다고 생각할 법도 한 지금도 김선욱이 베토벤을 꾸준히 연주하는 이유는 사랑이 아직 여전하기 때문이다. 음반도 훌륭하지만 영상 감상이 가능한 분들이라면 앨범과 함께 발매된 영상물 또한 추천하는 바이다.
 

새 역사를 써내려가는 연주자들
피아니스트 조성진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리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가곡’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들였다. ‘저녁노을에’라는 뜻의 앨범 제목 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쓴 동명의 리트에서 가지고 왔는데, 실제로 앨범 안에는 저녁노을처럼 어둑어둑하면서도 차분한 작품들이 여럿 수록되었다.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집>으로 시작해 피츠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로 이어지는 독일 예술 가곡의 역사를, 진중함으로는 비교 대상이 없는 두 음악가가 차분하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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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은 파리와의 추억을 한 장의 음반으로 담은 앨범 <Paris>를 선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의 파리 친구들인 지휘자 미코 프랑크, 그리고 그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힐러리 한은 쇼송의 <시곡>,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처럼 파리에서 작곡된 작품을 연주하며 그렇지 않아도 단단한 파리와의 유대감을 더욱 다진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작곡가 에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의 <두 개의 세레나데>가 장식한다. 힐러리 한과 미코 프랑크는 라우타바라에게 새로운 바이올린 협주곡의 작곡을 의뢰했지만 작곡가는 끝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2016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라우타바라의 사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보이는 악보가 발견되었고, 이를 제자였던 작곡가 칼레비 아호가 정리한 것이 바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두 개의 세레나데>이다. 이제 작곡가는 세상에 없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기분은 왜일까? 생전 라우타바라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그의 작품을 연주하며 지난날을 추억하고, 그 기억이 아름다운 것이었음을 음반이 선명히 기록해두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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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발코니 (클럽발코니 매거진 100호 [2021년 4~6월호]) ©clubbalcony.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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