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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황지원 2018-08-14 437
하루키의 데뷔작 소설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정말 ‘바람의 노래’라는 게 실제로 존재한다면 꼭 한번 들어보고 싶을 뿐입니다. 덥고도 습한 이 날씨에 저 멀리 출발점이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서 불어오는, 가늘지만 서늘한 그 한 줄기의 바람이 그리워집니다. 이번 주를 지나면 조금은 시원해질까요?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Valse Triste>, 유카-페카 사라스테 지휘, 쾰른 서독일방송교향악단)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는 제습이 끝난 후에 들어야하는 음악입니다. 끈적거림이라는 게 단 1%도 없는 음악. 정통 비엔나 왈츠의 감칠맛 나는 당김음, 느릿하고 여유로운 회전, 미끄러지는 상쾌한 운동감 등과는 거리가 있는 음악입니다. ‘북구판 죽음의 무도’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서늘하고 처연합니다. 빈 왈츠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면 이 곡이 지닌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어떤 거리감이 우리를 매혹 시킵니다.

위의 사라스테 지휘가 조금 빠르게 느껴지신다면 조금은 더 정적이고 느릿한 해석도 있습니다. 작품 전체를 감싸는 어둡고도 고요한, 그 형언할 수 없는 냉연한 정조(情調)가 우리 마음의 깊은 곳을 어루만져 줍니다.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Valse Triste>,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 지휘, 덴마크방송교향악단)
밀밭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잔뜩 메마른 대지는 뜻밖에도 풍요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사실 농익어 깊은 향취를 자아내는 와인도 이런 땅에서 유독 잘 자라나곤 합니다. 호아킨 로드리고는 우리가 근대 이후 주도적 악기의 지위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클래식 기타의 연민어린 사운드를 이용해 지극히 애수어린 음악을 써내려갔습니다. 우선 2악장이 너무나 유명하지요. 형식미를 배제하고 이 느린 악장만 들어보면 참으로 ‘바람의 노래’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로드리고 <아랑후에즈 협주곡> 제2악장 아다지오)
그러나 이 곡은 원래 엄격한 형식미(形式美)를 자랑하는 3악장의 협주곡입니다. 빠르고 느리다가 다시 빠르게 전개되는 전형적인 다이내믹의 변화에, 소나타 형식이 지닌 건축학적 조형미가 뚜렷이 살아 있는 음악입니다. 전곡을 들어보면 세 개의 악장 모두가 다 아름답거니와, 2악장의 서글픈 아다지오가 그 속에서 더욱 서정미를 발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로드리고 <아랑후에즈 협주곡> 전곡. 기타 페페 로메로,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 지휘,
덴마크방송교향악단)
오늘의 마지막 곡입니다. 본 윌리엄스가 작곡한 ‘푸른 옷소매 환상곡’입니다. 잉글랜드의 민요 ‘푸른 옷소매’(Greensleeves) 선율을 테마로 사용해 가슴 뭉클한 노스탤지어의 비경(祕境)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저 멀리서 ‘바람의 노래’가 들려오는 듯한 가슴 뭉클한 느낌이 듭니다.
(본 윌리엄스 <푸른 옷소매의 환상곡>, 말콤 서전트 경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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