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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 ‘클래식 밀라노’를 찾아서①
황지원 2018-01-17 393
베네치아에서 차를 몰아 밀라노로 넘어간다. 베네토(Veneto) 주에서 롬바르디아(Lombardia) 주로 길게 뻗은 이 도로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4번 고속도로(Autostrada 4)로, 북이탈리아의 풍윤함을 그대로 상징하는 존재다.
나폴리 이남으로 내려가면 고속도로나 국도, 지방도로 가릴 것 없이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곳곳에서 보수공사(그것도 별로 기약이 없는)를 벌이고 있지만, 북부의 도로들은 자체 배수기능이 있는 최고급 아스팔트를 사용해 갓길의 배수홀조차 필요가 없다. 독일의 아우토반보다 발에 감기는 푹신한 드라이빙감은 오히려 더 좋은 도로다. 게다가 오른쪽 저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알프스 산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운전을 하다보면 이세계(異世界)의 한복판을 질주하는 듯한 묘한 충족감까지 몰려온다.
파도바, 비첸차, 베로나를 거쳐 가르다 호수까지 넘어섰다. 어느 순간 피에몬테 알프스가 정면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부터는 롬바르디아의 땅이다. 겨울에는 파다나 평원(Pianura Padana)에서부터 피어오른 절벽과도 같은 짙은 안개가 악명 높지만, 이날은 다행이도 무척이나 맑은 겨울 날이었다. 하늘은 푸르고, 겨울의 태양은 외할머니의 인자한 미소마냥 이방인을 포근히도 감싸준다. 아, 감히 ‘나의 롬바르디아(La mia Lombardia)’라고 고백하고픈 이 땅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가곡 <안개 Nebbie>. 밀라노 시민들은 종종 ‘우리는 안개 속에서 태어났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데, 롬바르디아의 그 지독한 겨울안개를 겪다 보면 반드시 생각나는 드라마틱한 가곡이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연주)

밀라노 시내로 접어든다. 도시의 북서부를 관통해 구시가지로 향한다. 좌우로 늘어선 낡았지만 품위 있는 대리석 건물들이 오늘따라 반갑다. 까칠한 종갓집 도련님 같은 이 도시는 어느 한 구석도 허투른 법이 없다. 이탈리아답지 않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마음에 든다. 베네치아같이 머리는 내려놓고 비주얼만 살아있는 그런 관광특구가 아니다. 여기는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 지금 현재를 진지하게 투쟁하는 곳이다. 깨어있는 정신과 대도시 특유의 강박, 대로변의 휘황찬란함과 저잣거리의 음습한 지저분함이 밀라노의 수 백 년 전통과 뒤섞여 휘발성 짙은 향수처럼 도시 전체를 우아한 기운으로 감싸고 있다. 그러니까, 이곳은 세계 최고의 도시다.

저기 운전대 너머로 라 스칼라 오페라가 보인다. 이제 한 블록만 더 가면 숙소다.

3주 전부터 호텔에서 연락이 왔다. 베개는 뭘 원하느냐, 도착시에 꽃장식이나 과일 바구니가 필요하냐, 방 온도는 몇 도로 맞춰놓느냐, 향수는 뿌려놓을까? – 아, 너무 복잡하다. 직접 전화를 걸어 객실 지배인과 통화를 했다. ‘라 스칼라 시즌 프리미어 공연을 보러 가는 길이다. 다른 복잡한 케어는 죄다 생략하고, 방 청소는 극장에 간 시간에 해 달라. 공연 후 당신네 레스토랑에서 밀라노식 리조토를 아마로네 와인 한 잔과 곁들여 먹겠다.’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100년이 넘은 목조 엘리베이터)

생전의 주세페 베르디가 27년간을 묵었던 유서 깊은 곳이다. ‘클래식 밀라노’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곳곳에 거부할 수 없는 심오한 기품과 켜켜이 쌓인 전통의 흔적들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호텔의 목조 엘리베이터부터가 문화유산이다.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이 엘리베이터는 19세기에 만들어졌다. 베르디 선생도 이걸 타고 자신의 방으로 오르내렸다. 지금도 원형 그대로 보존상태가 완벽하다.

체크인을 하는데 호텔 측이 대단한 호의를 베푼다. 그들의 114호, ‘카메라 마리아 메네기니 칼라스’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곳엔 베르디가 묵었던 방, 가브리엘레 다눈치오, 조르지오 스트렐러, 엔리코 카루소, 마리아 칼라스가 머물던 방이 모두 다 남아 있다. 지금은 ‘Camere Dedicate’라고 불리며 각 호실마다 이들 문화 명사들의 명패가 붙어 있는 특별한 스위트 룸들이다. 베르디 룸은 예전에 본 적이 있다. “그럼 이번엔 마리아 칼라스를 보시면 어떨까요?” 그날따라 컨시어지의 그 롬바르디아풍 엑센트가 더욱 멋있게 들렸다.

(‘영원한 프리마 돈나’, ‘밀라노의 목소리’ 마리아 칼라스의 방)

‘오페라하우스 위의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라 스칼라가 2017/18 시즌 개막공연을 갖고 있었다. 음악감독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봉을 잡고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격정적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무대에 올렸다.

토스카니니 홀(리도토 토스카니니) 곳곳에는 대지휘자 빅토르 데 사바타의 전성 시절 공연기록들이 스칼라 특유의 크림색 포스터 위에 장식되어 있었다. 사실 이번 시즌 개막공연 또한 그의 50주기를 기념하는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2년 전 리카르도 샤이의 취임 기념공연을 보러 왔을 때의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과거의 위대한 영광을 완벽하게 재현하겠다’는 꿈틀거리는 야심이 라 스칼라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었다. 몹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객석을 향했다.

(<라 베스탈레> 공연 후 마리아 칼라스와 빅토르 데 사바타)


(1951년 1월 라 스칼라의 기념비적 공연기록 <안드레아 셰니에> 실황 레코딩.
마리아 칼라스와 마리오 델 모나코가 함께 공연했다.)

(조르다노 <안드레아 셰니에> 중 ‘La mamma morta’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1955년 1월 8일, 밀라노 라 스칼라 실황)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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