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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 펄만을 찾아서
황지원 2017-09-20 467
유려한 율동감, 벨벳처럼 따뜻한 음색, 한없이 우아한 칸타빌레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을 울리는 아련한 서정까지 – 그러나, 이차크 펄만의 바이올린이 지닌 감동을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고, 또 언제나 아쉽다. 그 음악의 기저를 흐르는 ‘황금빛 온기’가 주는 저릿한 감동과 기품 있는 인간미가 짙게 배어 있는 유려무비한 바이올린 예술의 한계 없는 감동을 언어로 적확히 옮기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미 칠순을 넘긴 거장이지만 그 음악의 온기와 깊이는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는데, 높고 날카롭다는 선입견의 바이올린이 이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게 들리는 건 역시나 펄만의 음악이 지닌 위대한 힘일 것이다.

1965년, 19세의 이스라엘 소년은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가비와 함께 그의 첫 번째 레코딩을 녹음한다. 소품 위주로 선곡되었으나 그가 지닌 비범한 자질과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의 유려한 음색은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 상업적 이유로 정식발매가 되지 못하고 마스터 테잎만으로 존재했던 이 녹음은 후일 40여년 만에 다시 우리에게 공개되었다.
그의 첫 레코딩은 어떤 차가운 디지털 소스로 듣는다 해도 마치 뜨끈하게 데워낸 진공관 앰프를 통해 흘러나오듯 애틋한 노스탤지어의 감동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소년은 이미 그때부터 ‘기적’을 써내려갔던 것이다.
(M. 파야 <허무한 인생> 중 ‘스페인 무곡 제1번’, 바이올린 이차크 펄만)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최고의 도시이자, 맥주의 천국 뮌헨의 이른 5대 맥주 중 하나인 하커-프쇼르(Hacker-Pschorr)는 뜻밖에도 클래식 음악과도 관련이 있다. 15세기부터 맥주 양조를 시작한 유서 깊은 하커 가문의 맥주 공방이 18세기말 뮌헨의 유복한 재력가에게 매입되는데, 바로 프쇼르[프쇼어] 가문이다.

프쇼르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어머니 집안이다. 실제로 슈트라우스는 바로 이 외가 맥주공장 안의 대저택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뮌헨 궁정 오케스트라의 호른 수석이자 음악교수로 당대의 대표적인 엘리트 음악가였고, 어머니는 유복한 실업가 집안 태생으로 이들 외가 식구 중에는 기업가, 학자 등이 많았다. 슈트라우스는 네 살 터울의 외사촌 동생과 특히 친하게 지냈는데, 후일 독일의 저명한 화학자로 성장한 로베르트 프쇼르였다.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Op.18)는 20대 초반에 작곡된 그의 숨겨진 보물이다. 주로 대규모 관현악과 오페라로 이름을 알린 슈트라우스지만, 당연히 살롱 음악회 풍의 정교한 기악음악과 실내악곡도 습작 내지 청춘의 초기작으로 많이 썼을 것이다. 특히 이 바이올린 소나타는 후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음악의 기본적인 특질을 이루는 찬란한 유려함이 번지듯 베어 나오며, 아련한 황금빛 관조의 표정도 부드럽게 녹아 들어가 있다. 청년 슈트라우스는 사촌동생 로베르트에게 이 곡을 헌정했다. 아마도 교양으로라도 바이올린을 켤 줄 알았을 동생은 기뻐하며 형의 선물을 받아들고는, 둘이서 프쇼르 맥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 곡을 연주해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유명하진 않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이 곡. 바로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오는 11월 서울에서 펄만의 연주로 듣게 된다. 황금빛 노을이 굽이쳐 흐르는 듯한 특유의 음악적 풍요로움은 물론이고, 펄만 음악의 든든한 배경을 이루는 따스한 인간미가 가을의 들녘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우리를 달래줄 것이다.
(R.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2악장, 바이올린 이차크 펄만. 피아노 엠마누엘 액스)
오랜만에 실연으로 만나는 이 곡이, 특히나 펄만의 바이올린이라는 점에서 - 벌써부터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조용히 예감하고 있다.

이차크 펄만 바이올린 리사이틀 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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