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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Forget, Oh My Lover 서울에서 공연 보기 박용완 | 월간<객석> 기자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에 오르면 ‘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이 떠오른다. ‘그 언제쯤 나를 볼까’ 마음을 서둘렀던 기억, ‘나의 사랑을 가져가버린 그대’는 지금 어디에?
‘조용필은 정말 용필이 오빠시네.’ 한가한 오후, 광화문 거리를 거닐고 있자니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이 절로 입안에 맴돈다. 물론, 세계 그 어느 도시의 사람들보다 바쁜 일상에 쫓겨 하루하루를 보내는 서울시민들에게 이런 달콤한 감상에 빠지는 일은 꽤나 사치스러운 짓이요, 몇 달에 한 번 느껴볼까 말까 하는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 가끔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참 지긋지긋하다. 특히 가까운 일본이나 저 멀리 유럽의 어느 나라에 출장을 갔다 오는 길, 공항버스가 서울로 진입했을 즈음 느끼는 이 도시에 대한 실망감은 실로 크다. 어쩜 이렇게 매연도 심하고, 사람도 많고, 지저분하고, 무미건조해 보이는지!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 자신도 ‘동반’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버스가 광화문이나 청계천을 지날 즈음 되면, 이 거리는 조용필의 노래처럼 다시 ‘아름다운 이 거리’가 되고, ‘그리움이 남는 곳’이 되고, ‘사랑으로 남을’ 거리가 된다. 북적대는 혼잡함 속에서 ‘활력’을 보고, 고전과 현대의 조악한 조합 속에서 ‘발전’을 느끼며, 무표정한 행인들의 얼굴에서 오히려 숨은 ‘유머’를 발견한다.

 

우선 공연장으로 직행!
이렇듯 서울은 흥미로운 도시이지만, 서울에서 공연 보는 일이란 결코 흥미롭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우선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교통 혼잡과 싸워야 한다. 몇 해 전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서울의 대다수 공연장들이 공연 시작 시간을 저녁 8시로 늦춰가는 추세이긴 하나, 그럼에도 제 시간에 공연장에 당도하기란 쉽지 않다. 버스 한 대, 신호 하나 놓쳤다가는 콘서트홀 문 앞에서 어셔에게 사정사정하고 (그래 봤자) 바로 퇴짜맞기 일쑤다. 그러니 마음 편히 공연을 보려면, 공연장으로 직행하는 게 우선이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뭐든 타고 어서 출발하자. 저녁 식사는 그 인근에서 해결하면 된다.
공연 전후, 여유를 가지고 배를 채우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이 글을 청탁받았을 때, 주제는 이랬다. ‘서울 공연장 인근에 위치한 문화 공간을 찾아라.’ 이 주제를 놓고 한참을 생각해봤다. 공연 전후, 나는 과연 뭘 하는지 곰곰이 떠올려봤다. 분명한 것은, 공연을 앞두고 인근에 위치한 ‘제2의’ 문화 공간에 들러, 뭔가를 보거나 듣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루를 통째로 비워 ‘오늘은 문화의 바다에 퐁당 빠져버리고 말 테다!’라고 마음먹지 않는 한, 아니 만약 그렇게 마음 먹었다 치더라도, 공연 감상에 있어 ‘멀티 태스킹’은 좋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늘 하루는 오직 ‘무터 언니’를 위해, ‘헤레베헤 아저씨’를 위해 비워두는 게 좋다. 텅 빈 마음과 머리에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선율을, 바흐의 공명을 아무리 꽉꽉 채워도 늘 부족하고 아쉽게 느껴지는데, 그 전후에 뭘 또 보고 듣고 느껴야 할지?

 

이곳은 서울, 그냥 거리로 나서자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 일본의 도쿄 오페라시티 등 1990년대 이후 우리 이웃 국가들에 들어선 현대 공연장들은 대부분 다목적 공간으로 지어졌다. ‘해변의 산책로’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멀라이언 파크에 인접한 싱가포르 에프플러네이드는 우리 돈으로 4천2백억 을 들여 지난 2002년 10월에 개관했다. 공연장과 극장·쇼핑몰·공원 등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도쿄 오페라시티 역시 계획에서부터 준공까지 무려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21세기형 극장도시’를 모토로 1997년 문을 연 이 복합문화센터는 콘서트홀뿐 아니라 사무실과 레스토랑, 각종 상가들이 입주해 있는 고층 건물이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우리가 흔히 접해온 일반 공연장과는 거리가 멀어, 예술의전당보다는 삼성동 종합무역센터와 흡사하다. 반면 그 안은 달걀 노른자와 흰자를 솔솔 풀어놓은 듯, 따뜻한 느낌이 가득하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 붓던 날, 공연을 보기 위해 도쿄 오페라시티를 찾은 적이 있는데 공연 시작 전까지 서점에서 책도 보고,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캐릭터 숍에서 인형도 만지작대며 한 시간의 여유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우리에겐 아직 이러한 다목적 문화시설이 없다. 도쿄 오페라시티의 경우처럼 비 오는 날, 비 안 맞고 시간 때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LG아트센터가 오피스빌딩에 위치하긴 했지만, 이는 오피스빌딩에 ‘들어가 있는’ 형태이지 공연장을 위해 건물 전체가 계획·설계된 경우는 아니다. 그나마 모차르트 카페와 음악분수를 가진 예술의전당은 사정이 나은 편.
광화문에 밀집해 있는 세종문화회관·금호아트홀·호암아트홀의 경우 공연 전후 시간이 비면 거리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모차르트 카페 02-580-1853

 

천천히 먹고, 천천히 대화하자
그래,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섰다. 이게 서울시민의 운명이라면 따라야지.
앞서 공연 전후 또 다른 문화예술을 누리며 본 공연의 흥을 깨고 싶지 않다고 밝힌 듯, 가는 그냥 공연 전 여유롭게 배를 채우고, 공연 후 여유롭게 수다를 떤다.
광화문에서 공연을 보게 된다면, 신문로에 위치한 비빔밥집 ‘소반’(www.sobahn.co.kr)을 추천한다. 금호아트홀에서는 길 한 번 건너면 되고,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광화문 네거리까지 걸어 나와 역시 길만 한 번 건너면 된다. 여러 종류의 비빔밥을 깔끔한 상차림으로 받을 수 있고, 구절판과 석쇠구이 등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소반’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패스트푸드 저리 가라 할 만큼 빠른 시간에 음식이 나온다는 점과, 공연장 객석에 앉아 ‘나 이런 거, 저런 거 먹었어요’ 하고 온몸에서 냄새를 풍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한식이 싫으시다면 구 동아일보 건물에 위치한 카페 ‘이마’(www.ilmin.org)를 추천한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스터디 모임을 가졌던 기억이 나는데, 청계천 개통 이후 번호표를 들고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유명 카페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얹은 와플과, 브로콜리 수프에 찍어 먹는 토스트, 달걀 프라이와 소시지가 곁들여진 흑미밥이 워낙 괜찮기 때문에 추천한다. 공연 전 배를 꽉꽉 채우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므로, 주린 듯 배를 채우고 맑은 정신으로 공연을 본 후 뿌듯한 마음을 안고 공연장을 나서자. 그럼 이제, 안녕? 아니다! 함께 공연을 본 가족·친구·연인과 공연의 여운을 즐겨보자. 광화문에 위치한 ‘나무와 벽돌’(www.woodnbrick.com)에서 차 한 잔 또는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눠도 좋고, "2악장에서 잠깐 존 거 다 안다"고 서로 핀잔을 주며 덕수궁 돌담길, 시청 앞 광장의 잔디 위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3월에서부터 10월까지 덕수궁(www.deoksugung.go.kr)이 야간 개장을 하긴 하지만, 평일 공연이 끝나는 시간까지 열진 않기 때문에 광화문에 온 김에 덕수궁도 돌아보고 싶다면 공연 전 짬을 내 덕수궁 산책에 나서야 할 테다.


카페 소반 02-730-7423
카페 이마 02-2020-2088
나무와 벽돌 광화문점 02-735-1157

 

바쁜 출근길에 마주친 자동차의 빨간 눈, 지하철에서 내 발을 밟고도 그냥 지나가버린 무심한 사내의 표정, 매연, 소음, 혼잡…. 오늘도 역시 서울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이 회색 도시에 한껏 미운 정이 든 지 이미 오래다. ‘Never Forget, Oh My Lover Seoul.’ 이 사랑스러운 도시의 공연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을 쓴 박용완은 현재 월간 <객석>의 음악담당 기자로 많은 연주가와 예술가들을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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