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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베토벤 명곡으로 만나는 피아니스트 정명훈, 지휘자 정명훈 양창섭 | 음악 칼럼니스트

Cover Story

정 명 훈

 

여름이면 클래식 음악은 공연장을 벗어나 야외로, 잔디밭으로 나간다. 영국이자랑하는 프롬스 공연 마지막 날에는 하이드파크 등 주요 도시의 공원에서 떠들썩한 공연이 열린다. 베를린은 숲속의 무대, 발트뷔네 콘서트가 있고, 빈은 인근 그라페네크 야외무대에서 페스티벌을 펼친다. 유명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페라이긴 하지만 이탈리아의 베로나,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은 빼놓을 수 없는 야외공연이다. 미국의 센트럴파크, 탱글우드, 헐리우드 보울 등은 명문 교향악단의 여름 무대가 된다.

우리나라에선 크레디아가 2010년 BBC 심포니를 초청하여 파크콘서트를 올림픽공원에서 열었다. 이후 조수미 등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우며 자리를 잡은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가 올해엔 정명훈과

서울시향을 불러들였다.

정명훈은 누가 뭐래도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지휘자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1989년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후 수많은 레코딩과 실연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15년간 일하면서

전임자 마렉 야노프스키가 다져놓은 기본기에 날개를 달았다. 최근 그는 이 악단의 음악감독으로서 마지막 연주회를 가졌는데 타이틀은 ‘땡큐 마에스트로(Merci Maestro)’였다. 깊은 소리로 유명한 독일의 명문 교향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역사상 최초로 수석객원지휘자를 맡아 말러 교향곡을 선보이고 있으며, 유럽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라 스칼라와 빈 슈타츠오퍼에서 꾸준히 지휘하고 있다.

지휘자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년이 없는 직업이며, 연륜이 쌓이면서 더 깊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60대 초반이라는 그의 나이는 지휘자로서는 중간지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다.

10년 전 정명훈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이 악단의 면모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은 근래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일 것이다.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악단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나 긴 침체에 빠져있던 서울시향은 정명훈과 함께 세계 무대로 도약했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런던 프롬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라하 루돌피눔, 도쿄 산토리홀,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 가는 곳마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기립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그의 음악성을 서울시향만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오케스트라도 드물다. 최근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둘 사이의 호흡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방송교향악단을 맡았던 만큼 정명훈이 폭넓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메시앙 스페셜리스트였으며 윤이상의 교향곡을 녹음했고 진은숙의 작품을 가장 많이 연주한 지휘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도 스승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그랬듯이 점점 소수의 레퍼토리를 반복하면서 그 속에서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베르디의 오페라나 말러의 교향곡이 그렇다.

하지만 지휘자인 이상 평생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음악이 있으니 이는 당연히 베토벤의 교향곡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향과 함께 매년 한 번씩 9번 교향곡 ‘합창’을 무대에 올리고 있고, 이번 파크 콘서트에서도 이 곡을 연주한다.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지겨울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곡 역시 고전이란 계속 곱씹어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게 분명하다. 어느 자리에서건 빛을 발하는 것도 고전의 특징이다. 콘서트홀에서건 야외무대에서건, 여름밤에도 송년 콘서트에서도 ‘합창’ 교향곡은 어울린다. 힘차고 아름다우며 웅장하고 섬세하며 현대적인 동시에 고전적인 이 곡을 평소와 다른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4악장에만 등장할 뿐이지만 독창과 합창 역시 이 명곡을 완성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한다. 차이콥스키 콩쿨 우승에 빛나는 서선영과 박종민,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그리고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 중인 테너 박지민 등 화려한 출연진이 짧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 성악의 현재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출연진이다.

국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 역시 압도적인 소리로 4악장의 하이라이트를 빛내줄 것이다.

최고의 레퍼토리, 최고의 아티스트, 성찬이 펼쳐질 야외무대 사실 ‘합창’ 교향곡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무대이지만 이에 앞서 연주하는 곡 역시 놓칠 수 없는 명곡이다.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은 드물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독주 악기로 전면에 나서는 협주곡이다.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베토벤 식으로 발전시킨 것인데 베토벤은 고전주의 실내악의 묘미와 오케스트라의 당당하고 거침없음을 한꺼번에 맛보게 해준다. 세 명의 뛰어난 독주자가 필요하며 이들

간에 견제와 조화가 이루어질 때 좋은 연주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독주자는 정명훈(피아노), 신지아(바이올린), 미샤 마이스키(첼로)다.

정명훈이 20대 초반에 차이콥스키 콩쿨 2위 등 다수 콩쿨에 입상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휘자로서 악보를 연구할 때도 피아노만큼 유용한 악기는 없기 때문에 피아노를 손에서 놓은 적은 한 번도 없거니와, 체칠리아 바르톨리나 연광철 등의 리사이틀 파트너이기도 했을 수준이다. 최근에 ECM에서 출반한 독집 음반은 본인은 손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가벼운 마음으로 녹음했다고 겸손해 했지만 해외의 평론가들도 찬사를 보냈다. 그는 과거에도 종종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서 무대에 오를 때가 있었는데 이때의 레퍼토리는 거의 대부분 베토벤 3중 협주곡이었고, 누이인 정경화, 정명화와 함께 DG 레이블에서 녹음을 남긴 바도 있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들려온 그의 소식은 특별한 자부심을 갖게 한다. 지난 5월, 이탈리안 음악평론가 협회에서 매 시즌 음악계에 뛰어난 성과를 남긴 음악가와 작품에 수여하는 ‘프랑코 아비아티 최고 음악평론가상’의 ‘지휘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6월엔 2000년부터 음악감독으로 몸담았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의 명예 음악감독(Directeru Musical Honore)으로 추대되었다. 15년간 몸 담아온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오케스트라다. 그는 독일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의 한 중 공연을 마친 뒤 북한 방문을 타진 중이다. 미샤 마이스키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첼리스트이고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아티스트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음악에 한국인의 심성을 건드리는 멜랑콜리와 멋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소련 시절 수용소 생활을 하는 아픔을 겪고 서방으로 망명하여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마이스키는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역시 기돈 크레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과 3중 협주곡을 녹음한 바 있고, 정명훈과 호흡을 맞춰온 데에다 경험 많은 연주자이니만큼 특유의 신명나는 연주를 기대해도 좋겠다.

두 명의 60대 거장 사이에 낀 연주자는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신지아다. 이미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시벨리우스 콩쿨, 하노버 콩쿨 등에서 입상했고 2008년 롱-티보 콩쿨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학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문제제기를 하게 만든 국내파의 대표적인 음악가다.

스포츠와 달리 음악 분야에서 콩쿨은 출발점에 불과하기에 그 이후의 이력이 더욱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독집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다니엘 하딩과 협연하는 등 점점 활동의 폭을 넓혀가며 경험을 쌓고 있으니 이번 무대는 그녀의 화려하고 패기 넘치는 음악이 얼마나 깊어가고 있는지를 느낄 기회가 될 것이다. 나이, 성별, 개성이 모두 다른 솔로이스트와 악단이 차려내는 성찬을 쾌적한 분위기에서 만끽해 보자.

 

글 | 양창섭 음악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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