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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하이라이트] 눈부신 K의 연속, 클래식도 기대하라 류태형 |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Spring Season Classic Highlights

4~6월 볼만한 K-Classic 공연들

 

눈부신 K의 연속, 클래식도 기대하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야구의 발상지는 미국 뉴욕 주의 쿠퍼스타운(최근에는 피츠필드라는 설도 제기됐다)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야구는 미국의 스포츠이고, 메이저리그가 있는 미국이 강한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야구를 하는 나라는 80개국이 넘는다고 한다. 1라운드에서 탈락한 한국팀에게 고배를 안긴 것은 유럽 야구인 네덜란드와 아시아 야구인 대만이었다.

야구는 현재진행형이었다. 나라마다 다양한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발전하고 있었다. 거기엔 획일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룰을 다 같이 준수하면서도 남에게 배울 점과 자신에게서 버릴 점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생각해 보면 클래식 음악과도 닮았다. 분명 서양에서 시작된 음악이고 본고장은 유럽과 미국이라 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지만, 일본과 한국, 중국 등 극동아시아 3국이 예전보다 훨씬 커다란 축을 형성하고 있는 2013년의 풍경이다. 인구 대비로 보면 세 나라 중 우리나라에 재능있는 연주가들이 수적으로 가장 많다. K클래식을 주도하는 한국 연주가들은 본고장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례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인들이 늘어나자 벨기에 RTBF방송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날아와 한국 음악계의 ‘미스터리’를 취재해 가기도 했다.

예전에는 본고장을 누비는 우리나라 연주가들을 보며 애국심과 자부심을 느꼈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서구 연주자들과 동일선상에서 어떤 스타일의 연주자인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야구에서 K는 호쾌한 삼진이다. ‘K 클래식’이란 말에도 역동성이 느껴진다. 눈부신 봄날이 가기 전에 선수층이 두터워진 K 클래식을 느껴보면 어떨까. 여름이 오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우리나라 연주자들의 무대, K 클래식 공연을 정리해 보았다.

 

 

아드리엘 김, 김선욱, 조성진, 최예은, 이화윤

4월 5일 식목일에는 KBS교향악단의 특별 연주회 <Sound of Wood>가 열린다. 이 공연의 지휘봉은 한국 지휘계의 기대주 아드리엘 김이 잡는다. 요한 슈트라우스 ‘남국의 장미’,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며, 피아니스트 이경미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기타리스트 무라지 카오리가 로드리고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한다.

정명훈·서울시향과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베토벤 전곡 사이클의 반환점을 돌아 질주를 계속할 예정이다. ‘첫 화음부터 자신의 자아를 확실하게 심어두고 꽉 찬 질량감으로 군더더기 없이 단단한 부분만 남겨두는 게 매력적’이라고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매력을 설명하는 김선욱의 말에서 작년보다 더 성숙한 옹이같은 것이 느껴진다.

김선욱은 4월 13일에는 17번 ‘템페스트’부터 21번 ‘발트슈타인’까지, 6월 20일에는 22번부터 23번 ‘열정’을 거쳐 26번 ‘고별’까지, 9월 14일에는 27번에서 29번 ‘함머클라비어’까지, 마지막 11월 21일에는 최후의 30~32번 소나타를 연주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LG아트센터에서 연주한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입상했고 김선욱의 뒤를 이을 기대주로 꼽히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대도 마련된다. 4월 22일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 이틀째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피아노 독주로 시작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베토벤이 고전 협주곡의 양식을 깬 걸작으로 평가된다. 피아노가 독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루더니 그들을 양떼처럼 몰아가기도 하고 서서히 사라지기도 한다. 협주곡 5번 ‘황제’에 대비되는 여성성으로 인해 ‘황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베토벤의 협주곡 중 가장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이 곡의 2악장은 베토벤이 쓴 협주곡의 2악장 가운데 가장 슬프면서도 아름다워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조성진이 유학지를 파리로 정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뻤다. 쇼팽과 리스트의 숨결을 조성진이 나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현재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재학중인 조성진은 틈만 나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을 거닌다. 22일 뮌헨 필과의 협연은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유럽의 문화를 온몸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조성진의 음악세계가 그 동안 얼마나 성숙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6월 14일 안네 소피 무터는 무터 비르투오지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안네 소피 무터는 젊은 연주자들의 발굴과 후원을 위해서 무터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이 배출한 젊고 재능 있는 14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무터 비르투오지는 무터가 직접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이번 아시아 투어에 함께하는 비르투오지에는 한국인 연주자 3명이 포함돼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비올리스트 이화윤, 첼리스트 김두민이 그들이다. 최예은은 일찍이 2005년부터 장학생으로 처음 선발된 후 활발한 연주를 펼쳤고, 최근 DG 레이블을 통해 데뷔 앨범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무터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 본사에 최예은을 추천했고, 한국 유니버설에서 레코딩 스케줄이 나와 작업이 진행되던 중 음반시장 불황으로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정을 들은 무터가 제작비 절반을 쾌척하면서 격려했고, 이에 힘입은 최예은은 지난 10월 로버트 쿨렉의 반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슈베르트, 멘델스존, 프로코피예프의 작품 녹음을 마쳤다. 이 음원은 올해 DG 레이블을 달고 발매될 예정이다.

비올리스트 이화윤은 지난 2월 2일 제7회 유리 바슈메트 콩쿠르에서 역대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만 17세의 그녀는 콩쿠르 참가자 49명 중에서 최연소였다. 어린 시절 판소리를 배웠던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는 이화윤은 현재 서울예고 1학년에 재학 중이다. 2010년 오스트리아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고 2011년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최연소 장학생으로 선발된 바 있다. 무터와 비르투오지는 세바스찬 커리어의 ‘벨소리(Ring tones)’와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 비발디 협주곡 ‘사계’를 연주한다. 2008년 무터가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 내한해 선보였던 다이내믹한 비발디 ‘사계’ 연주가 기대된다.

 

 

교향악축제 찍고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돌아 디토 페스티벌

4월, 5월, 6월에는 굵직한 페스티벌이 K클래식을 빛낸다. 우선 4월에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푸짐한 잔치인 교향악축제가 있다. 1989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25회째를 맞이한 지금은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큰 잔치로 자리매김하며 음악팬들을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오는 17일(5일 제외)까지 열리는 올해 교향악축제에는 서울시향 등 총 16개 악단이 참여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협연자다. 평균연령 27세, 이름만 들어도 눈길을 끄는 ‘차세대 예비 거장’들이 전 공연의 협연자로 나선다. 피아니스트 김규연·이진상·김태형·김다솔·임효선,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지·신지아(신현수)·권혁주·김수연·이지혜·김윤희·클라라 주미 강, 첼리스트 다니엘 리·이상은, 플루티스트 최나경,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해금 연주자 꽃별 등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브루크너 팬들은 브루크너 교향곡 3번, 6번, 9번을 연주하는 창원시향(7일), 부산시향(12일), KBS교향악단(13일)의 공연에 주목해 볼 만하다. 브람스 팬이라면 브람스 작품들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한 서울시향(3일)의 무대를 비롯해 인천시향(10일)과 전주시향(14일) 공연을 살펴보자.

5월에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실내악 팬들에게 손짓한다. 올해의 주제는 ‘타향살이, 망향노래’이다.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 프레디 켐프, 김영호, 손민수, 신수정, 유영욱, 이경숙, 이대욱,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더 카간, 제시카 리, 김남윤, 이경선, 비올리스트 더글라스 맥내브니, 김상진, 최은식, 첼리스트 나탈리아 구트만, 지안 왕, 조영창, 양성원,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플루티스트 최나경, 이윤정, 클라리네티스트 로망 귀요, 채재일, 바수니스트 이민호, 호르니스트 이석준, 앙상블로 도쿄 현악 4중주단, 칼라치 4중주단, 사물놀이 김덕수 등이 실내악의 진수를 펼친다. 세종체임버홀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주로 공연될 예정이다.

6월에는 디토 페스티벌(6월 9일~20일)이 있다. 2007년에 시작된 디토 페스티벌이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해 ‘도시, 바흐에 빠지다(City of Bach)'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6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리처드 용재 오닐과 임동혁이 바흐의 건반 솔로곡과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이미 능숙한 호흡을 보여준 바 있는 그들의 듀오 무대가 기대된다. 6월 15일 LG아트센터에서는 리처드 용재 오닐과 베이시스트 다쑨 장, 마이클 니콜라스가 첼로 3중주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한다. '바흐를 탐하다-격정 바흐‘로 명명된 6월 16일은 신지아로 이름을 바꾼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의 무대(LG아트센터)다.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BWV1041과 BWV1042,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1043을 아드리엘 김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의 합류로 디토의 컬러가 더욱 화려해졌다.

6월 18일 프로그램(LG아트센터)은 흥미롭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지용, 마이클 니콜라스와 조성현 등이 후앙 루오의 ‘비올라와 앙상블을 위한 협주곡’ ‘다시 말해서’를 한국 초연하고 조지 크럼의 ‘고래의 목소리’ 존 애덤스의 ‘그랜드 피아놀라 뮤직’ 등 현대음악 연주를 펼치며 바흐가 만든 뼈대 아래 달라진 경이로운 음악의 세계를 탐험한다.

6월 19일(LG아트센터)에는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가 북스테후데의 ‘전주곡’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외 자신의 자작곡을 선보이며, 6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리처드 용재 오닐과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다니엘 정, 피아니스트 지용,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가 베토벤 대푸가와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2번,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현악 트리오 버전을 선보인다. 제목은 ‘바흐 코드’로 거창하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디토 페스티벌은 클래식 아이돌이 외면적으로 화려해지고 내면 역시 한층 성숙해지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밖에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베르디 ‘오텔로’ 콘서트 버전(4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바그너의 200번째 생일인 5월 22일 KBS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바그너 콘체르탄테’(발퀴레 1막, 리엔치 서곡, 탄호이저 서곡, 로엔그린 3막 전주곡 등,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소프라노 임선혜가 협연하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의 비발디 ‘사계’ 공연(6월 18일,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스테판 피 재키브가 멘델스존 협주곡을 협연하는 샤를르 뒤투아와 로열 필의 공연(6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놓칠 수 없는 K 클래식이 포진해 있다.
눈부신 K의 추억을 남기며 2013년 봄날이 가고 있다.

 

글_류태형 |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이 글을 쓴 류태형은 월간 ‘객석’ 편집장과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음악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잘 알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알고 싶어지는 대상으로 음악을 대하려 한다. 매미소리 들려오는 여름날, 툇마루에서 함께 낮잠 자듯,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음악과 더불어 살고 싶은 꿈이 있다.

 

이 기사의 출처는 클럽발코니 매거진 68호(4~6월호)입니다.

원본 내용을 아래의 링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lub BALCONY e-Book] http://www.clubbalcony.com/FlashBook2/BalconyPicks_2013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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